좋은 리더는 감정과 역할을 구분한다


팀원이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결과물도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팀장이라면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려주고 다음에는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생각이 많아진다.

너무 강하게 말하면 상처받지 않을까. 나를 까다로운 상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열심히 한 사람에게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냉정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반복되면 피드백은 점점 완곡해진다. 지켜야 할 기준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되고, “다음에는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 같은 말로 대화를 끝낸다. 팀원은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리더가 화가 난 상태에서 업무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확대한다. 결과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실성이나 능력까지 평가한다. 그러면 팀원은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자신의 인격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두 상황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개인의 감정과 리더라는 역할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안도 고다이의 [리더의 가면]은 이 문제를 ‘가면’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본다. 가면을 쓴다는 것은 진짜 자신을 감추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 안에서 개인적인 감정과 직책의 책임을 구분하라는 의미다.

리더에게는 개인의 얼굴과 역할의 얼굴이 있다

직장에서 사람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서는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불편해할 수 있다. 실망하거나 고마워할 수도 있고, 때로는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리더라는 직책에서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팀의 목표를 제시하고, 역할을 나누고, 결과를 확인하며, 필요한 피드백을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기준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문제는 개인으로서의 감정이 직책의 판단을 대신할 때 생긴다. 마음이 잘 맞는 팀원에게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거나 불편한 팀원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평가의 일관성이 사라진다. 반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필요한 피드백을 피하면 팀원은 자신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리더로서 해야 하는 판단을 구분하는 일이다.

리더의 가면은 역할을 위한 유니폼이다

‘가면을 쓴다’는 말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본심을 숨기거나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리더의 가면]에서 주목해야 할 가면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수술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배우가 무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의 의상을 입는 것처럼 리더 역시 조직 안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는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본래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책임을 맡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리더가 팀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개인적인 부탁이 아니다.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개인적인 호불호를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직이 정한 목표와 역할에 따라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다.

가면은 리더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어떤 역할에 서 있는지를 잊지 않게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기준과 결과를 이야기한다

역할이 분명해지면 피드백의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팀원이 보고서를 약속한 날짜보다 이틀 늦게 제출했다고 하자. “요즘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면 사람의 태도를 평가하게 된다. 팀원은 자신의 성실성이나 능력을 의심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제출일은 수요일이었지만 금요일에 제출됐다. 다음 업무에서는 정해진 기한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해진다.

사람에 대한 판단보다 약속한 기준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리더의 가면]에서는 리더의 개인적인 의견보다 회사의 규칙과 팀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기준으로 소통하고, 평가에서도 사전에 정한 기한과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방식은 리더에게도 도움이 된다. 싫은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맡은 역할에 필요한 피드백을 전달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 역시 “팀장이 나를 싫어한다”는 관계의 문제보다 “이번 결과에서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가”라는 업무의 문제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이처럼 피드백의 목적은 상대방의 인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결과와 필요한 기준 사이의 차이를 알려주고 다음 행동을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다.

명확한 기준은 불필요한 눈치를 줄인다

역할 중심의 리더십을 인간적인 관계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는 중요하다. 다만 친밀함만으로 조직의 기준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구성원을 힘들게 하는 것은 기준의 엄격함보다 기준의 불확실성일 때가 있다.

같은 결과를 두고 어제는 괜찮다고 했다가 오늘은 문제라고 한다. 비슷한 실수를 했는데 어떤 팀원에게는 넘어가고 다른 팀원에게는 강하게 질책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업무의 기준보다 상사의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된다.

반대로 역할과 평가 기준이 분명하면 불필요한 눈치는 줄어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자신의 기분이 아니라 공유된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는 믿음이 생기면 구성원도 상사의 감정을 추측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좋은 조직의 신뢰는 서로 친한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알고 약속한 기준을 지키며, 평가 역시 같은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가면은 리더와 팀원 사이에 필요한 경계다

리더도 사람이다. 좋은 성과를 낸 팀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구성원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이러한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없앨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조직의 기준을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팀원이라고 결과의 부족함을 눈감아주지 않고, 불편한 팀원이라고 더 엄격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기분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필요한 피드백을 미루지 않고,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사람 자체를 공격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리더의 가면]에서 말하는 역할의 구분이다. 가면은 감정을 숨기기 위한 벽이 아니다. 개인적인 감정과 조직에서 맡은 책임 사이에 적절한 경계를 세우는 장치다.

이 경계가 있으면 리더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인간관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팀원도 업무상의 지적을 자신의 존재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줄어든다. [리더의 가면]이라는 제목에서 말하는 가면 또한 차가운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좋은 리더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감정과 역할을 구분하고, 개인적인 호불호보다 맡은 책임과 조직의 기준을 앞세울 줄 아는 사람이다. 리더가 역할의 얼굴을 분명하게 할수록 팀원도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기보다 자신의 역할과 결과에 집중할 수 있다.

리더에게 가면이 필요한 이유도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과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함께 일하기 위해서다.

이 글은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리더의 가면]을 참고하였습니다. [리더의 가면]에 대한 내용은 핀라이트 출판사가 운영하는 식학 사이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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