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개념과 지위놀이 -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이 된다. 회사에서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었다가 집에 돌아오면 부모가 되고, 자녀가 된다. 오랜 친구를 만나면 장난기 많은 사람이 되지만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면 진지하고 단호한 사람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 어쩌면 모두가 나일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페르소나로 살아간다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 가운데 페르소나(Persona)가 있다. 원래 가면을 뜻하는 말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이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페르소나를 갖게 된다. 직장에서의 나와 가족 앞에서의 내가 다르고, 친구를 만났을 때의 나와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의 내가 다르다. 이것은 반드시 위선적인 행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상황에 맞는 모습을 선택한다.
특히 온라인 시대에는 페르소나가 더욱 중요해졌다. 현실에서의 나와 SNS에서 보여주는 내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서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줄 것인지 선택한다. 결국 인간관계에는 언제나 '상대에게 어떤 나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는 과연 그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굳어진 ‘나’라는 역할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톰 슈미트의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는 이 질문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연극 연출가인 톰 슈미트는 가면극을 하는 배우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배우가 가면을 쓰고 역할에 몰입하면 평소의 자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몸짓과 목소리가 달라지고, 상대 배우를 대하는 태도까지 변한다.
톰 슈미트는 여기서 ‘지위놀이(Status-Spiele)’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행동 역시 자신에게 익숙해진 특정한 지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누군가 부탁하면 일단 들어준다. 자신의 의견과 달라도 쉽게 반대하지 않는다. 회의에서도 먼저 상대의 눈치를 살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톰 슈미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성격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해 온 하나의 지위 유형일 수 있다.
성격을 바꾸지 말고 지위를 바꿔보라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가 흥미로운 이유는 인간관계의 문제를 성격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는 원래 소심하다.”
“나는 원래 사람들에게 싫은 말을 못한다.”
“나는 원래 무뚝뚝하다.”
우리는 이런 말을 쉽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고정된 성격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평소 무뚝뚝한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다정할 수 있다. 늘 상대에게 양보하던 사람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생기면 단호해질 수 있다. 회사에서는 강한 리더인 사람이 자녀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부모가 되기도 한다.
이미 우리 안에는 여러 모습이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한 관계에서 한 가지 모습만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위놀이는 '상황에 맞게 자신의 지위를 선택하는 연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나의 의견과 경계를 지켜야 할 때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설 수도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지위를 선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인간관계의 주도권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페르소나와 지위놀이는 흥미롭게 연결된다.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여러 페르소나를 사용하듯 인간관계에서도 다양한 지위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역할에 갇히는 순간이다.
항상 양보하는 사람.
항상 화를 내는 사람.
항상 분위기를 맞추는 사람.
항상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사람.
그 역할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그것을 자신의 본래 성격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는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내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지위가 유일한 나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이면서 자녀이고, 직장에서는 상사이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하 직원이다. 어떤 순간에는 경쟁해야 하지만 다른 순간에는 양보해야 한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부드러워야 한다.
성숙한 인간관계는 한 가지 모습만 고집하는 데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황을 읽고, 상대를 보고, 그 순간에 필요한 자신의 모습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관계의 폭도 넓어진다.
내 지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바꾸려고 많은 에너지를 쓴다.
“저 사람이 조금만 달라졌으면 좋겠다.”
“왜 나에게만 저렇게 행동할까.”
하지만 상대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관계에서 어떤 지위를 취할 것인가'이다.
늘 물러났다면 한 번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해볼 수 있다. 늘 강하게 말했다면 이번에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볼 수 있다. 늘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다면 때로는 정중하게 거절할 수도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지만 익숙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모습을 꺼내는 것이다.
페르소나가 우리에게 여러 사회적 얼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 지위놀이는 그 얼굴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는 단순히 인간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내가 어떤 관계 패턴에 갇혀 있는지 발견하고, 필요할 때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관계에서 언제나 강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친절할 필요도 없다.
언제나 양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나의 지위를 바꿀 수 있을 때, 인간관계의 주도권도 조금씩 나에게 돌아온다."
그것이 페르소나라는 오래된 개념을 통해 다시 바라본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의 ‘지위놀이’가 우리에게 주는 흥미로운 통찰이다.
이 글은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를 참고하였습니다. 지위기술과 인간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핀라이트 출판사가 운영하는 "지위기술과 인간관계"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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