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위를 지킬 때 나의 친절도 존중받는다 -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말하고, 분위기를 깨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가능한 한 들어주려 했고, 내 일이 바빠도 상대의 사정을 먼저 살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괜찮아요”라고 말했고, 마음이 불편해도 웃으며 넘겼다.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다.
친절하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관계를 만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좋은 마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직장에서는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한 번 들어준 부탁은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다. 조심스럽게 양보한 경계는 조금씩 더 쉽게 넘어왔다. 고맙다는 말은 짧아졌고 요청은 더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분명 친절을 베풀고 있었는데 마음속에는 자꾸 피로와 후회가 쌓였다.
나는 정말 상대를 배려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미움받기 싫어서 내 자리를 스스로 내어주고 있었던 것일까.
친절과 자기 소모는 다르다
사람들은 친절을 좋은 관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친절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모든 친절이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탁까지 들어주는 것.
내 시간이 무너졌는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상대의 무례함을 계속 웃으며 넘기는 것.
이런 태도는 친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소모에 가까울 수 있다. 친절은 내가 나를 지운 자리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사라진 친절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처음에는 관계를 지키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속에 억울함이 쌓이고 결국 관계도 함께 흔들린다.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해서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나를 너무 쉽게 양보했기 때문에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내 지위가 낮아진 친절은 당연함이 된다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가 말하는 중요한 관점이 여기에 있다. 관계 속에서 나의 지위는 타인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내가 내 기준을 어떻게 지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내 시간을 가볍게 여기면 상대도 내 시간을 가볍게 대하기 쉽다. 내가 내 감정을 계속 뒤로 미루면 상대도 내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 내가 매번 괜찮다고 말하면 상대는 정말 괜찮은 줄 안다.
친절도 마찬가지다. 내 지위가 낮아진 상태에서 베푸는 친절은 호의가 아니라 편의로 쉽게 바뀐다. 상대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쓰는 것이 된다. 내가 어렵게 베푼 배려도 상대에게는 당연한 반응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내 기준이 살아 있는 친절은 다르다. 도와줄 수 있는 일과 도와줄 수 없는 일을 구분한다. 지금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분명히 말한다. 상대를 존중하되, 나의 시간과 감정과 책임도 함께 존중한다. 그럴 때 친절은 상대에게 건강한 호의로 남는다.
경계가 있어야 관계가 오래간다
우리는 자신의 경계, 즉 바운더리를 세우는 일을 부담스럽게 느낀다.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 같고, 내 상황을 말하면 상대가 서운해할 것 같고, 한계를 밝히면 관계가 멀어질 것 같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경계는 관계를 끊기 위한 선이 아니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번에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제 일정이 우선입니다.”
“이 부분까지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상대를 밀어내는 말이 아니다. 나의 현재 상태를 분명히 알리는 말이다. 오히려 이런 기준이 있을 때 관계는 더 건강해진다. 상대도 내가 어디까지 가능한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나도 억지로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경계 없는 친절은 처음에는 따뜻해 보인다. 그러나 오래가면 불균형을 만든다. 한쪽은 계속 기대하고, 다른 한쪽은 계속 참게 된다. 그런 관계는 언젠가 지친다. 친절이 오래가려면 경계가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낮추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춘다. 거절하지 않는 사람, 늘 이해하는 사람, 먼저 양보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내 지위를 낮추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존중할 수는 없다.
내 시간을 함부로 내어주면서 진심으로 따뜻할 수는 없다.
내 감정을 계속 숨기면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
친절은 나를 포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지킨 상태에서 상대에게 건네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친절을 베푼 뒤에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래야 상대도 그 친절의 가치를 안다.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는 친절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다. 더 건강하게 친절해지는 법을 말한다. 내면적 지위를 세우고 나의 기준을 지키며 그 경계 안에서 타인을 배려하라는 것이다.
친절도 존중 위에서 빛난다
내 지위를 지킨다는 것은 상대를 낮추는 일이 아니다. 나를 과도하게 낮추지 않는 일이다. 관계에서 나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다.
친절은 아름답다. 그러나 존중받지 못하는 친절은 쉽게 소모된다. 당연하게 소비되고 반복될수록 무게를 잃는다. 그러므로 친절하고 싶다면 먼저 나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내 시간, 내 감정, 내 기준을 함부로 내어주지 않아야 한다. 그 위에서 건네는 친절만이 건강한 배려가 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내 지위를 지킬 때 나의 친절도 존중받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만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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