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과 형, 동생 하면 조직이 망하는 과학적인 이유 - [수치화의 귀재]


리더라면 누구라도 좋은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한다.그래서 팀원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딱딱한 상사보다 편한 형이 되려고 하고, 관리자보다 믿을 수 있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형이니까 편하게 말해."
"우리는 가족 같은 조직이야."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처음에는 좋아 보인다. 분위기도 좋고 관계도 원만하다. 회식 자리에서는 웃음이 넘치고, 팀원들도 대표나 팀장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분위기는 좋은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회의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행은 늦어진다. 책임은 점점 흐려지고, 마감은 반복해서 밀린다. 누구도 노골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조직은 조금씩 느려지고 무거워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많은 사람은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심리학은 조금 다른 답을 제시한다. 문제는 사람보다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무너지는 첫 번째 이유, 역할이 사라진다

조직심리학에는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할수록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성과는 감소한다.

생각해보자.

팀장이면서 형이다. 직원이면서 동생이다. 이런 이중적인 관계에서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지금 이 관계는 업무 관계인가.
사적인 관계인가.
평가를 받는 것인가.
조언을 듣는 것인가.

조직에서 역할이 흐려지는 순간 조직은 일보다 관계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 직원에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괜히 사이가 어색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성과를 점검해야 하는데 "요즘 힘들다니까 이번에는 넘어가자"는 판단이 들어간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역할보다 감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직이 무너지는 두 번째 이유, 기대가 어긋난다

경영학에는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라는 개념이 있다. 직원과 회사 사이에는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기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이 이런 기대를 크게 왜곡한다는 점이다.

대표는 생각한다. "우리는 가족 같지만 성과는 내야 한다."
직원은 생각한다. "우리는 가족 같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둘 다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기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갈등이 발생한다. 직원은 배신감을 느끼고, 대표는 실망감을 느낀다. 많은 조직 갈등이 실제 계약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심리적 계약의 붕괴에서 발생한다. 형·동생 문화가 강할수록 이런 문제는 더 자주 나타난다.

조직이 무너지는 세 번째 이유, 공정성이 사라진다

조직심리학자 존 스테이시 애덤스는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을 통해 사람들이 절대적인 보상보다 상대적인 공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보자.

친한 직원은 실수를 해도 넘어간다. 가깝지 않은 직원은 같은 실수로 지적받는다. 이 순간 구성원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성과를 내는 법이 아니다. 팀장과 가까워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직의 경쟁 방식이 바뀐다. 성과 경쟁이 아니라 관계 경쟁이 시작된다. 누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는가보다 누가 리더와 더 가까운가가 중요해진다. 조직에서 사내 정치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서 숫자가 필요하다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안도 고다이의 [수치화의 귀재]는 이 문제를 다룬다. 많은 사람들은 숫자경영을 차갑고 비인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치화의 귀재]의 관점은 다르다.

숫자는 사람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한 기준이다.

"열심히 했습니다."

이 말은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

반면

"이번 주 고객 제안 20건 중 18건 완료."

이 숫자는 누구나 같은 의미로 이해한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는 말은 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 대비 90% 달성."이라는 숫자는 설명이 필요 없다. 숫자는 감정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감정이 조직 운영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다.

좋은 사람보다 공정한 리더가 필요하다

많은 리더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직은 사람들의 호감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명확한 기준과 공정한 평가, 분명한 역할 위에서 성장한다. [수치화의 귀재]가 말하는 숫자경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숫자는 계산의 기술이 아니다. 역할을 명확하게 만들고, 기대를 일치시키며, 공정성을 확보하는 조직 운영의 언어다.

그래서 진정으로 팀원을 아끼는 리더는 형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동생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모두가 같은 기준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친한 모임과 조직의 차이

친한 모임은 관계를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조직은 성과와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 조직에 관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신뢰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신뢰는 역할을 없애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명확히 할 때 만들어진다.

형·동생 문화는 따뜻해 보인다. 그러나 역할을 흐리고, 기대를 왜곡하며, 공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반대로 숫자와 기준은 차가워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고 조직을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안도 고다이는 [수치화의 귀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조직은 감정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조직은 역할과 기준, 그리고 결과를 통해 성장하는 곳이다. 그리고 팀원들을 진심으로 성장시키는 리더는 가장 친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공정한 사람이다."

이 글은 핀라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수치화의 귀재]를 참고하였습니다. [수치화의 귀재]에 대한 내용은 핀라이트 출판사가 운영하는 식학 사이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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